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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틀 포레스트>: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 아주심기

by yuneyoake 202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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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름만 들어도 싱그러운 느낌을 주는 마법 같은 단어다.
무거운 겨울 이불을 걷어내고 다시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나도 두 팔을 벌리며 새로운 시작을 외치고 싶어지는 계절.

 

"그래, 올해도 봄이 왔다. 다시."

 

 

그런 봄날, 주말의 여유 속에서 문득 떠올라 본 영화가 있었다. 바로 임순례 감독 <리틀 포레스트>다. 왜 이 영화를 보고 싶었을까? 감독님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지도, 원작 일본 영화가 선사했던 계절의 빛깔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늘 같은 봄날의 느낌과 영화가 참 잘 어울릴 것 같아서였을까. 이유는 복합적이었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나 스스로가 이 영화 속 혜원(김태리)과 닮아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돌아온 혜원의 이야기: 엄마와의 상처를 딛고

혜원은 서울로 상경해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상처를 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차가운 겨울날 눈을 밟으며 돌아온

그녀는 과거 자신이 떠나온 발자국을 따라 집으로 들어선다.

혜원이 고등학생 시절, 그녀는 엄마(문소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밥 짓고 요리하며 반복되는 일상에 갇힌 엄마의 삶을 거부했던 혜원. 하지만 수능을 치른 며칠 뒤, 엄마는 홀연히 집을 떠나버린다. 그 뒤로 남겨진 상처는 혜원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영화를 보며 궁금했다.왜 혜원은 그런 상처가 남아 있는 집으로 돌아온 걸까?
엄마를 떠올릴 때마다 괴로워하면서도 왜 그곳에 머물고 있을까?

딸과 엄마의 관계는 묘하다. 그 사이엔 쉽게 풀리지 않는 매듭 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안다. 시간이 흘러야 그 매듭이 자연스럽게 풀릴 거라는 것을. 그래서 서로에게 시간을 준다. 상처를 이해하고 매듭을 풀어갈 수 있는 빈틈을.

 

 

음식으로 풀어가는 마음의 매듭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음식이다.
혜원은 고향집에서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차곡차곡 마음속 이야기를 꺼낸다.

용서하지 못했던 엄마를 떠올리고, 도망치듯 서울로 갔던 자신과 마주하며, 그렇게 조금씩 자신을 다져간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 친구 재하(류준열)는 혜원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혜원이는 이제 '아주심기'를 하는 중이야."

 

 

아주심기’란 더 이상 이리저리 옮겨 심지 않고, 한 곳에 뿌리를 내려 정착한다는 의미다. 혜원은 한때 서울이라는 넓은 세상이 자신이 뿌리내릴 곳이라 믿었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그렇게 돌아온 고향에서 그녀는 자신의 진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아주심기, 그리고 혜원의 여정

혜원이 스스로 어디에 뿌리를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녀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 완전히 정착한다는 건 다른 선택지를 모두 내려놓는 결단을 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른에게도 이 과정은 쉽지 않다. 다양한 곳을 경험하고 배우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질 때, 비로소 자신만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 혜원은 지금도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예전보다 더 자신을 잘 마주하고,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리틀 포레스트>가 전하는 위로와 용기

<리틀 포레스트> 는 단순한 힐링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혜원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음식이라는 매개체는 혜원이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뿌리를 내려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나 자신을 다져가는 시간.
혜원의 아주심기 여정은 우리 모두가 겪는 과정과 닮아 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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