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이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건, 그리고 주인공의 감정과 함께 울고 웃으며 깊이 몰입했던 건 정말 오랜만의 경험이었다. 특히 영화 속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의 눈동자는 순수한 사랑의 상실을 담아내며 나를 완전히 그의 감정 속으로 끌어들였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은 17세 소년 엘리오가 경험한 첫사랑의 뜨거움과 상실을 그려낸 이야기다. 한여름 햇살처럼 찾아온 사랑과, 계절이 바뀌며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만 했던 그 순간의 감정이 영화 속에서 섬세하게 펼쳐진다.
두 사람의 만남, 그리고 여름날의 시작
영화는 1983년 여름,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서 시작된다.
엘리오의 가족과 함께 여름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찾아온 올리버(아미 해머)는 젠체하고 자유분방한 매력을 가진 청년이다. 처음엔 그를 거만하다고 느꼈던 엘리오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올리버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엘리오와 올리버는 그렇게 서로의 이름으로 상대를 부르며 하나가 되기를 자처한다. 짧지만 뜨거운 여름, 두 사람은 마치 따사로운 햇살처럼 서로를 감싸며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 이들의 감정은 마치 이탈리아의 나른하고 평온한 여름날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사랑, 그리고 상실의 아픔
하지만 여름은 영원하지 않다.
6주의 시간이 끝나고, 올리버는 엘리오의 곁을 떠난다. 기차역에서 홀로 남겨진 엘리오는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사랑은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강렬한 감정이다.
“그는 떠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무엇도 이전과 같지 않았다.”
영화는 사랑의 시작과 끝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사랑은 달콤한 꿈과 같지만, 꿈이 끝난 뒤의 쓸쓸함은 피할 수 없다. 올리버를 잊지 못한 엘리오는 어느 겨울, 올리버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또다시 상실의 고통을 겪는다.
사랑이 남긴 흔적
사람이 성장하는 데 사랑이 필수적인 조건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을 통해 깊은 아픔을 경험한 엘리오는
그 겨울을 지나며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오고, 또다시 여름이 찾아오면 새로운 사랑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사랑은 종종 우리를 큰 꿈을 꾸게 한다. 그 사람이 나와 하나가 되어 함께할 날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비록 그 꿈이 짧게 끝나거나 쓰디쓴 후회를 남길지라도, 사랑은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엘리오 역시 이 여름을 통해 사랑이 가진 깊은 의미를 깨달았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여름, 그리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은 사랑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모든 감정을 차분히 그려낸 영화다.
이탈리아 남부의 크레마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나른한 여름날의 풍경과 따스한 햇살을 배경으로, 사랑이 피어나고 무너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특유의 감각으로 두 사람의 감정을 마치 피부에 닿는 햇살처럼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표현했다.
사랑을 통해 배우는 것
사랑은 우리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며 배우는 것들이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나눈 사랑처럼, 한여름의 짧은 꿈이더라도 그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사랑이 가진 본질,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나의 마음을 적셨기 때문이다. 그 날, 난 앨리오의 옆에 누워
함께 여름을 누렸다.
https://youtu.be/gVVhHjyC04k?si=Zcx9jJO9_QY8S9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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