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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 아워스> 리뷰 장미꽃 같은 삶보다는 전쟁 같은 삶을

by yuneyoake 202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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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 영화 포스터, 니콜 키드먼, 줄리안 무어, 메릸 스트립
<디 아워스> 영화 포스터

 




시간이 지나도 아련하게 남는 작품이 있다. 

오래전 놓쳐버린 사랑 같은 영화 <캐롤>과 <화양연화>,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비롯하  내게도 사진처럼 남는 작품들이 있다. 

그중에 현재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디 아워스>는 빌리 엘리어트,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로 유명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2002년작으로 오래전에 보았지만 내 안에서 바래지 않고 오래도록 남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다시 꺼내본 이유는 최근에 생을 주제로 하는 글을 연재함으로써 오래전 영화를 보고 

마이클 커닝햄의 동명인 소설<디 아워스>를 읽어봐야겠다는 숙제를 최근에야 끝냈기 때문이다.  




영화<디 아워스>와 소설<디 아워스>는 내용은 거의 흡사하다.

 1923년의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 役), 1940년대의 로라 브라운(줄리안 무어 役) 

그리고 1990년대의 클라리사 댈러웨이 (메릴 스트립 役) 이 세 여자가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생, 존재를 찾고자 하는 순간을 다뤘다. 



1923년의 버지니아 울프는 안식 차 런던을 떠나온 리치먼드에서 자신의 광기와 싸워가며 <댈러웨이 부인>을 쓴다. 

1940년대의 로라 부인은 남편과 아들이 있는 평범하고도 행복한 삶에 만족하자며 달래지만 

이 평범함에 권태를 느끼며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찾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의 클라리사는 <댈러웨이 부인>처럼 꽃을 사며 지난날의 연인이자 오랜 친구인 리처드를 위해 파티를 준비한다. 

그를 위한 것인지, 자신을 위한 것인지 모를 파티를. 



이렇게 세 여자는 각기 다른 시대에 존재하지만 <댈러웨이 부인>이란 책으로 연결됨으로써 

자신의 생이란 뜨거운 존재를 둘러싸고 남들은 이해할 수 없으나 자신만이 아는,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하는 무시할 수 없는 갈망에 괴로워하며 이에 답한다.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삶일지라도 그녀들은 매일 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혼자만이 아는, 자신의 선택으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전쟁을. 

 

 



장미꽃 침대에서 서서히 죽어가며 

삶이 떨어져 나가는 걸 지켜보느니 세파(世波)를 맞는 게 낫다.   - <디 아워스>中

 

 

 



영화와 소설 <디 아워스>는 내용이 거의 흡사한 편이나 책에선 짤막하게 다뤘던 부분

 (기차역에서 버지니아와 레너드의 언쟁 씬, 마지막에 로라와 클라리사의 대면 씬 등)은 

영화에서 좀 더 보충하여 주인공들의 심적인 부분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었다.

<디 아워스>의 주인공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자기만의 방> 등을 집필한 유명 작가로 

본 작품을 보고자 한다면 버지니아 울프의 생을 조금이라도 알고 보길 추천한다.



 왜 그녀가 이렇게 괴로워하며 살았는지, 

왜 헌신적인 남편을 두고도 주머니에 돌을 채우고 강으로 걸어들어갔는지, 

리치먼드에서 다시 런던이란 도심에 가길 소망했으나 왜 마지막엔 런던이 아닌 죽음을 택했는지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댈러웨이 부인>을 끝까지 써야 한다는 집념 하에, 끝엔 반드시 누군가 죽어야 한다며 골몰했지만 

결국 진정한 엔딩은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선택을 했던 버지니아 울프. 



삶이란 커다란 숙제는 죽음이 오면 그렇게 하나의 순간이 되어 물에 던져지고, 

삶이란 페이지는 모두 끝나고 죽음이란 페이지가 마지막 장에  붙으며 책은 덮인다. 

그녀가 쓴 최고의 걸작은 자신이 쓰고 마무리 지은, 치열하게 살다간 그녀의 삶 자체가 아니었을까. 




"더는 두려워 말라.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를. 휘몰아치는 겨울의 분노를"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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