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는 스스로 만든 감옥이다.”
이 감옥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스스로를 가둔다.
여기서 나가고 싶지만, 묘하게 나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스스로에게 만들어놓은 명분과 약속이 그 발목을 붙들기 때문이다.
영화 <퍼스널 쇼퍼>는 이처럼 자기 자신에게 갇힌 한 여성의 심리와 해방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은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있다. 그리고 그 감옥은 그녀의 쌍둥이 형제 루이스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사로잡고 있다.
쌍둥이 형제 루이스의 그늘 속에서
모린은 파리에서 유명 배우 키라의 퍼스널 쇼퍼로 일하며 그녀를 대신해 고가의 옷과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그녀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죽은 쌍둥이 루이스의 영혼이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길 기다리기 위해서다.
모린과 루이스는 생전에 영매의 기질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약속했다.
“먼저 떠난 사람이 신호를 보내자.”
하지만 루이스가 떠난 뒤, 모린은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형제가 살던 집에 가서 그를 기다리지만,
눈앞에 나타나는 것은 단지 다른 유령들뿐이었다.
금기를 향한 욕망
모린은 루이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와 연결되고 싶다는 갈망에 갇혀 있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또 다른 금기와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모린은 키라의 퍼스널 쇼퍼로서 그녀의 옷과 구두를 몰래 입어보며, 잠시나마 키라가 된 듯한 기분을 즐긴다.
그녀는 금기시되는 행동에서 쾌감을 느끼며, 타인의 삶을 탐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낸다. 영화에서 그녀는 익명의 발신자로부터 문자를 받는다.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그 질문에 모린은 "그렇다"고 답하지만, 정작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자신도 알지 못한다.
모린의 행동을 꿰뚫는 한 문장이 있다.
“No desire if it’s not forbidden.”
(금지되지 않았다면 욕망도 없다.)
이 말처럼, 모린은 금기된 것에 대한 욕망과 집착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모린의 전환점: 해방을 향한 결단
모든 금기와 욕망이 모린의 삶을 지배하던 어느 날, 그녀는 키라의 사고사라는 충격적인 사건과 마주한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모든 굴레를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파리를 떠나 터키로 향한 모린은 과거도, 욕망도 없는 하얀 백지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을 마주한다.
그녀는 드디어 깨닫는다.
“루이스, 정말 너였니? 아니면 그냥 나였던 걸까?”
이제 모린은 자신을 묶고 있었던 것은 루이스가 아니라 스스로였음을 이해한다.
그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단하며, 과거와 금기로부터 해방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영화 <퍼스널 쇼퍼>가 주는 메시지
영화는 단순히 유령 이야기나 미스터리를 다루는 것을 넘어, 우리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 감옥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살면서도 그 문을 여는 열쇠가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이것이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다.
모린이 루이스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붙잡고 있었다면,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의 마음속 열쇠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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