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여전히 사랑하지?”
사랑이라는 말 한마디에 담긴 두려움과 기대, 그리고 무조건적인 헌신. 영화 <마미>는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를 앓는 15살 소년 ‘스티브’와 그를 홀로 키우는 엄마 ‘디안’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름
‘신이 모든 인간을 보살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대신 보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어머니란 존재는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보듬는다. 설령 자식이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존재라 해도, 어머니는 등대처럼 어둠 속에서 자식을 비춰준다.
<마미> 속의 디안 역시 그러하다. 그녀는 화려한 외모와 자유로운 성격을 지녔지만, 아들 스티브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남편 없이 홀로 아들을 키우는 디안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들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하지만, 스티브의 불안정한 행동은 그녀의 일상을 끊임없이 흔들어 놓는다.
무조건적 사랑이 지닌 무게
스티브는 ADHD와 함께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어 감정이 폭발할 때마다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곤 한다. 소년원에서도 쫓겨나고, 이웃집에 불을 지르거나 마트에서 자해를 시도하는 스티브의 행동은 디안의 사랑을 시험에 들게 한다.
“엄마, 우리 여전히 사랑하지?”
이 질문은 스티브의 불안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세상으로부터 내쳐진 그에게 엄마는 유일한 피난처다. 자신이 벌어들이는 파장 속에서도 엄마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디안은 대답한다.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게 사랑이잖아.”
사랑은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내포한다. 상대를 지키려는 헌신과 동시에 그 사랑이 깨질까 두려워하는 애틋함이 공존한다. <마미>는 이런 모순된 사랑의 모습을 담담히 풀어낸다.
불완전한 삶 속에서도 완전한 사랑
<마미> 속에서 디안과 스티브의 관계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웃인 카일라의 도움으로 안정된 모습을 되찾는 듯하지만,
스티브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은 결국 이들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마트에서 자해한 후, 스티브는 디안에게 묻는다.
“엄마, 날 포기하지 않을 거지?”
디안은 답한다.
“엄마가 아들을 덜 사랑하게 될 일은 없어. 시간이 갈수록 엄마는 너를 더 사랑할 거야.
넌 갈수록 엄마를 덜 사랑하겠지만.”
이 대화는 사랑의 본질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부모의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지만, 자식은 점점 독립하며 부모를 덜 의지하게 된다. 그러나 디안과 스티브는 서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둘은 서로의 유일한 편이며,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버팀목이다.
아들을 위한 어머니의 선택
스티브의 자해 사건 이후, 디안은 아들을 정신 병원에 보내기로 결심한다.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폭력적인 행동으로부터 스티브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스티브는 병원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환자복을 벗어던진 채 병원을 탈출해 어머니에게 달려간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흐르는 곡 ‘Born to Die는 스티브의 심정을 대변한다. 어머니를 위해 살겠다는 그의 마음은, 병원 문을 향해 내달리는 스티브의 절박한 걸음걸이와 겹쳐지며 가슴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은 약속이다
<마미>는 무조건적 사랑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그 사랑이 지닌 무거운 현실을 보여준다.
디안과 스티브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지만, 결국엔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는다.
이 영화는 사랑이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상대방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임을 일깨운다. 끝까지 아들을 지키고자 한 디안, 그리고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한 스티브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한다.
끝까지 아름답고, 슬프다
<마미>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위대하면서도 애틋한지 보여주는 영화다. Born to Die’가 울려 퍼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스티브가 디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사랑의 모든 것을 함축한다. 사랑은 완전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위대하다.
끝까지 아름답고, 끝까지 슬펐던 이 영화는 사랑의 본질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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